서른 이전에 꼭 하고 싶었던 것중 하나가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지만,
이런 계기로, 이런 시기에 떠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홀로 여행을 하는 것.. 사실 출발하기 전까지 왜 가려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부산인지도 모르겠고, 가서 뭐 하고 싶었던게 있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하릴없이 전날 새벽에 예약을 해버렸고, 잠도 잘 오지 않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섰으며,
배도 고프지 않아 버스를 30분 기다리다 올랐고, 생각없이 버스에 앉아 음악만 듣다보니 부산이였다.
도착해서 버스를 내리니 막막했다. -_-;;
터미널이니 웬지 담배라도 물어야 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그 동안 혼자 뭘 못하진 않았는데, 왜 여행만은 못했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목적성의 유무였나보다.. 내게 목적이 없는 행동이나 의미없이 건내는 말이란 없다..
그리하여 상대의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 멋대로 감정이입을 해버린건 아닐까..
여행책을 사는 순간, 그 여행은 내가 아니라 가이드북이 결정한다는 '알랭드보통'씨의 말에 따라
사전지식 제로의 상태로.. 4년전 부산역에서 챙겨뒀던 가이드맵 하나 달랑 들고 여행을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마음 손에 쥐고~♪'
무작정 지하철을 탔고, 행선지는 다행히 2구간 티켓만 사면 어디든 괜찮았기에 가면서 정하기로..
뭐.. 일단 바다를 볼까하는 마음에 바닷가를.. 해운대보단 광안리를 선택했다.
광안역을 나오면서부터 바다 내음이 실린 바람이 느껴졌고, 걸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벌써 오후이고해서.. 지도에 표시된 해장국 거리를 들렸다.
그 유명하다는 콩나물 해장국을 맛보았지만, 내가 가게 선택을 잘못한건지.. 내 입맛에 안 맞는건지.. 별로였다.
밥도 먹고, 바다에는 왔는데 이제 어쩌지..
해변가를 거닐고.. 또 거닐고.. 조금 앉아있다가.. 다시 걷다가..
다시 해변가에 앉았다.
새벽에 급 Feel 받아 MP3에 담아왔던 이문세, 이승환, 성시경의 발라드를 읖조리며..
지나가며 힐끔거리는 시선따위 아랑곳 없이 그렇게 열창을 해대니 해가 지더라..
아까까진 내가 왜 여기있나.. 싶더니.. 해가지고 멋진 야경이 펼쳐지니 조금 UP됐다.
확실히 광안리해수욕장의 야경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아무곳이나 마음에 드는 바를 골라, 혼자 앉아서 시원한 바닷 바람 맞으며 맥주 한잔 할..
용기까진 차마 나지 않았다.. ㅡ.ㅜ
저녁이 되니 해변가에선 하나 둘 폭죽 소리가 들렸고,길거리 라이브도 펼쳐졌다.
통키타 반주에 나는 또 하염없이 노래를 따라불렀다.
밤 10시. 혼자서 방잡고 자긴 돈 아깝고.. 더 외로울 것도 같아서..
시설 좋은 찜질방 발견!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이 마음에 들었다.
목욕탕에서도 해변이 보이고, 찔질방에서도 보이고, 옥상 테라스에 누워서도 볼 수 있다.
목욕하는, 찜질하는 서양인을 덤으로 볼 수 있다.
이튿 날. 아무래도 찜질방에서 자는건 편치 못하다. ㅡ.ㅡ
일찍 일어나긴 했는데, 해돋이는 못 봤다. 제길..
도착한 자갈치 시장. 반은 시장 사람, 반은 일본인 관광객이였던 듯..
갈치 조림 같은게 먹고 싶었는데.. 이른 시간이라 연 가게도 별로 없고, 1인분으로 파는 곳이 없었다.
활어센터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엘리베이터가 운행하지 않아 중간층부터 걸어올라가야 했지만,
전망도 제법 괜찮고 사람도 없어서 30분정도 앉아서 책을 읽는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한 커플이 올라와서 배려심 깊게도 자리를 비켜줬다.
시내 안쪽에는 국제 시장이 위치해있다. 명동과 남대문 시장 같은 느낌.
지도에 표기된 보쌈, 족발 골목을 찾았으나 역시 아침시간인지라..
먹을 수 있는 건 해장국.. 결국 아침으로 돼지국밥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이 날.. 23도까진가 오르는 더위에.. 패션의 거리에 들려 반팔을 샀다.
티 한장에 만오천원이여서.. 비싼거 같았지만 만오천원짜리 티가 입고 싶었다.
용두산 공원에 도착.
40계단문화관광테마거리와 상해거리. 부처님 오신 날의 흔적만 있었을 뿐..
조금 더 일찍 왔어야 했나..
4년만에 찾은 부산역.
예전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며, 피식 웃기도 하고..
그렇게 역앞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구경을 하면서, 광광객들의 사진 부탁을 들어주기도 하다가..
문득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가려고 예약해 뒀던 버스 시간을 3시간이나 당기고..
혼자있고 싶다 했으면서, 서울로 돌아와 친구를 만났다. 얄팍하다.
마음의 정리는 된건지.. 머리가 식혀지긴 한건지.. 스트레스는 풀린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좀 나아진거 같기는 하다.
1박2일에서 강호동이 장난처럼 했던 말..
'힘들수록 떠나자! 갔다와서 힘내자!'
저런 말이 공감될 줄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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